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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기간
2022/02/06 → 2022/02/12
분류
문학
한 줄 요약
자신이 인지하는 사회가 무엇인지에 따라 악이 탄생한다.
저자 및 출판사
권일용 / 고나무
평가
⭐️⭐️⭐️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연쇄 살인범에 대한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연쇄 살인’은 일반적인 살인과 다르다. 살인 중에는 실수로 인한 살인도 있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순간을 참지 못한 우발적 살인도 있다. 혹은, 금품 갈취나 복수를 위한 의도적 살인도 있다. 그러나 연쇄 살인은 자신과 무관한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것, 그 자체에 목적을 갖는다. 그리고, 살인 자체가 목적이고 어떠한 죄책감도 느기지 않는다.
일반인이 연쇄 살인범처럼 살인을 저지르지 못하는 이유는 내면의 죄책감 덕분이다. ‘살인'은 옳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어길 때마다 죄책감이 우리를 옭아맨다. 즉, ‘옳지 못한 것 리스트’가 내면에서 기준으로 작용하고, 죄책감이 통제한다. 하지만, 연쇄 살인범은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일반인과 달라서, 일반인이 사용하는 리스트가 적용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살인은 ‘옳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옳지 못한 것 리스트’를 만드는 존재는 누구일까? 바로 사회다. 사회는 옳지 못한 것을 규정하고, 이를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달한다. 현대와 다르게 원시 시대에는 같은 사람일지라도, 부족 간의 살인이 정당화 됐다. 당시 사회가 “생존을 위해 다른 부족 구성원을 침략하고 목숨을 뻇는 건 타당하다"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례는 중세와 근대에도 존재한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옳지 못하다"라고 규정한 탓에 중세에는 죄없는 여성들이 마녀 사냥이란 이름으로 살해당했다. 몇 십 년 전의 독일에서는 “유대인은 열등한 민족이다"라고 말하며, 수많은 유대인 학살이 정당화 됐다. 다행히, 현대에는 “누구든지 간에 사람의 목숨을 뺏는 건 옳지 못하다"라고 규정했기에 살인은 옳지 못한 행동으로 인식됐다.
그렇다면 연쇄 살인범은 왜 사회의 ‘옳지 못한 것 리스트’를 따르지 않을까? 이들은 공통적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들에게 ‘사회'란 일반인이 정의하는 것과 달라졌다. 따라서, 일반인의 사회에서 당연한 ‘옳지 못한 것 리스트’가 그들에게 체화되지 않는다. 그 대신, 이들은 각자의 환경에 따라 자신만의 ‘옳지 못한 것 리스트’를 만들었다.
권일용 등 세 남자가 답을 찾으려 한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왜 똑같은 환경에서 누군가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한 괴물이 되고, 누군가는 정상인으로 남는가?” 해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악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질까?” 연쇄 살인범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에 나는 “자신이 인지하는 사회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답한다.
“프로파일링을 하는 동안 범죄자들은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면서 선과 악의 구분이 많이 깨지게 됐어요. 악이라는 게 원래부터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걸까. 악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건데 그것이 환경에 의해서 커지는 걸까, 아니면 선이었는데 악으로 변하는 걸까.” 김윤희는 섬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