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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기간
2022/02/02 → 2022/02/05
분류
인문학
한 줄 요약
개인의 존재성을 집단에서 찾는 순간, 집단이 항상 옳다고 맹신하게 된다.
저자 및 출판사
문유석
평가
⭐️⭐️
‘개인주의’와 ‘개인 이기주의’는 다른 말이다. 개인 이기주의는 다른 사람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 한다는 이념이다. 내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도 어쩔 수 없다는 기저가 개인 이기주의에 깔려있다. 이와 다르게, 개인주의는 개인의 독립과 자립에 가치를 둔다. 특정 집단의 구성원이 아니라, 독립적인 주체로서 개인의 존재성을 정의하는 게 개인주의다. 즉, 개인주의와 개인 이기주의는 각각 ‘존재론적 욕구'와 ‘물질적 욕구'에 뿌리를 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개인주의’를 ‘개인 이기주의’와 같은 단어로 생각하고, ‘개인주의’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집단에서 벗어나, 독립적 존재로 있고 싶다는 개인주의는 나쁜 것일까? 이념과 가치관은 세상을 바라보고 정의하는 방법으로서, 그 자체에 선과 악의 개념을 대입하기 어렵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집단에서 주를 이루는 이념을 기준으로, 다른 이념을 평가한다. 집단의 이념과 같은 이념은 선으로, 그렇지 않은 이념은 악으로 규정한다. 개인주의도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평가의 희생양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집단 주의가 심하다. 일을 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시선을 생각하고, 집단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겐 자신만 생각한다는 오명을 씌운다. 집단주의를 따르지 않는 이념일수록, 옳지 못한 이념이라고 여기는 게 한국이다. 개인주의와 개인 이기주의를 같다는 생각 자체가 집단에서 벗어나고자 한 사람(개인주의자)자신만 생각한다는 사람(=개인 이기주의자)다!” 라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한국 사회가 비난한 개인주의는 현대 사회를 존립하게 만드는 시스템의 시발점이다. 세상을 종교가 아닌, 개인의 이성과 생각으로 바라보는 순간부터 근대가 시작됐다. 모든 개인은 서로 독립적인 존재라고 인정한 후, 민주주의가 시작됐다. 프랑스 혁명, 명예 혁명, 미국 독립 선언 같이 자유를 향한 투쟁은 집단에서 벗어나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한 것이었다. 즉, 서구권 나라의 역사는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를 향해왔고, 시스템도 이에 걸맞게 변화하고 발전했다. 이와 다르게, 한국은 오랜 시간 동안 집단주의 이념을 추구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들여온 서구 시스템은 당연히 한국에 녹아들지 못한다. 애초에 시스템의 근간 이념(=개인주의)이 한국의 기존 이념(=집단주의)과 대치되기 때문이다.
집단주의가 개인주의보다 낫다는 말은 아니다. 집단주의는 구성원의 유대감을 높이고, 집단의 힘은 각 개인의 힘을 모두 더한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즉,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되는데, 개인의 존재성을 집단에서 찾는 순간부터 집단주의는 위험해진다. ‘나'라는 존재의 의의를 집단의 구성원으로 정의내리는 순간부터, 남는 건 추방에 대한 불안감 뿐이다. 집단이 사라지거나 쫓겨나면 ‘나'라는 존재를 잃게 된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휩싸인다. 집단 이념을 기준으로 다른 이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집단의 이념을 인정한다는 건, 자신의 집단을 부정하고 더 나아가 ‘나'라는 존재 자체도 부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집단에 속한 ‘나'는 존재성을 얻기 위해, 집단이 항상 옳다고 맹신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