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수사학

기간
2021/05/24 → 2021/05/30
분류
인문학
사회과학
한 줄 요약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와 "상대방의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에 대한 답을 알아가는 것이 수사학이다.
저자 및 출판사
리처드 토이 / 교유서가
평가
⭐️⭐️⭐️

수사학은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

수사학은 고대 로마 시대에 등장한 학문으로, 일종의 대중 연설 기술이다. 고대 로마에 수사학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 째는 민주주의 문화이다. 비록 여성이나 아이는 권한이 없을지라도, 어느 정도의 민주주주의 문화가 구축되어 있어서, 모든 남성은 모두 비슷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현대와 비슷하다. 하지만, 현대에는 없지만, 고대 로마에는 있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이는, 바로 현대의 법과 같이 합리적이고 모두가 따르는 기준의 부재다. 애초에 합리성이란 개념이 사회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근대 시대부터였고, 이전까지 모든 상황에서 판단의 기준은 명예, 감성 등의 추상적 개념에 있었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면, 가문의 명예를 언급하며 어떤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 이를 보여준다.
추상적 개념은 물리적 형태가 없으므로, 언제나 그 실존성을 개인의 정의에 기반한다. 따라서, 고대 로마에서 발생하는 사회 현상의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은 법이나 국가가 아닌, 개인에게 있었다. 두 가지 요소의 결합으로 설득이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설득을 통해,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다른 사람도 따르게 만들고, 이들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타당성을 부여 받았다. 이는 합리성이란 개념의 등장과 법이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은 현대에서도 유효하다. 왜냐하면, 법과 별개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특정 관계가 긍정적이게 되기 위해서 상호가 동일한 생각과 의견을 가져야 하며, 나와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을 갖게 만드는 설득은 이를 가능케 한다.

단어의 선택은 중립적이지 않다.

사건의 변화에 걸맞도록 단어도 평상시 의미와 달라져야 햇다. 무모한 공격으로 묘사되던 행위가 동지의 용기로 간주되었다. 미래를 예측하고 기다리는 것은 비겁자를 자인하는 꼴이었다. 중도는 남자답지 못한 성품을 감추려는 술책에 불과했다. 사안을 모든 측면에서 이해하는 능력은 행동 무능력을 의미했다.
같은 상황과 사건에서도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전달하고자 한 의미가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단어의 선택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고, 화자의 주관성에 뿌리를 둔다. 동일한 상황과 사건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전달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서, 사용하는 단어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평소 신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은 더 명확한 선택을 내리기 위해 데이터를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한다. 반면 행동력이 큰 사람은 "그 사람은 고민이 너무 많아서 선택을 못 내리고 있어"라고 말한다.
화자는 객관적인 상황과 사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관점에서 재해석 한 상황과 사건을 전달한다. 이는 단어의 선택이 화자의 주관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청자는 화자가 사용한 단어에 객관성이 결여되있는 점을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즉, 청자는 '화자가 재해석한 상황과 사건'을 '객관적인 상황과 사건'으로 여기게 된다.
수사학의 근본은 '나'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성에 있다. 서로 다른 주체인, 나와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을 일치시키기 위해 설득을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각 주체는 올바른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관계는 단 방향이 아닌, 쌍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나'의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면, 이건 설득이 아닌 강요가 된다. 따라서, 수사학의 근본에 다가가기 위해선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과 더불어, "상대방의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풀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