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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기간
2023/05/10 → 2023/05/22
분류
문학
한 줄 요약
모순을 “봄”으로써, 모순을 인지할 수 있다.
저자 및 출판사
라이너 마리아 릴케
평가
⭐️⭐️
브런치 서평
5.10 화 ( p.1 ~ p.20 )
탄생의 끝은 죽음이며, 죽음은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숙명이다. 죽음이 천천히 다가옴을 느낄 때, 사람마다 서로 다른 태도를 느낀다. 누군가는 그 동안 이룬 것이 사라져 울분을 토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든 고통이 사라짐에 안도한다. 하지만 죽음이 눈 앞에 있는 순간, 앞선 태도와 무관하게 모두가 죽음을 무서워한다. 작중에 등장하는 ”살았다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 이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기 위해 끝없이 준비한 사람일지라도, 죽음을 무서워 함을 내포하는 게 아닐까?
05.11 수 ( p.20 ~ p.40 )
모순적인 상황을 느끼지만, 이를 문제가 없다듯이 받아들이는 것. 모순을 모순으로 대하지 않는 삶. 사실, 우리는 이러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 동안 나는 모순적인 상황을 인지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알아도 부정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저 수긍하려고 한 건 아니였을까?
05.15 월 ( p.40 ~ p.52 )
도서관 밖과 안의 대조적인 모습. 바깥은 죽어가는 사람들이 보이지만, 안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나의 벽, 하나의 종이 사이를 두고 대조적인 삶이 존재한다. 우리의 삶은 희극과 비극이 공존한다.
작중에서는 “보고 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칭하는 “봄”은 희극과 비극, 삶의 양면적인 모습을 인지하게 됐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그저 우리가 보고 싶지 않기에 보지 않을 뿐, 지독히도 현실적이고 잔인한 삶은 그대로 그 자리에 존재한다.
05.16 화 ( p.52 ~ p.66 )
작중에서 말테가 느끼는 “죽음”이란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떼어놓고 분리되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나 혼자만 살고 있다는 느낌을 작중 내내 느끼는 그는 죽은 자와 같다.
이러한 심리적 죽음이 신체적 죽음보다 비참한 이유는 정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정신은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떼어져 있음을 시시각각 느끼며 비참함을 느낀다. 죽은 자가 아무리 삶을 다시 가지려고 노력해도, 세상은 죽은 자에게 냉랭하다.
05.17 수 ( p.66 ~ p.77 )
인간은 고독한 순간, 세상과 자신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고, 순수한 본연의 “나”를 직면하게 된다. 그 순간, 세상이 나라는 존재성을 지켜준 보호막이었며,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무기력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무기력함은 수많은 영향으로 이어진다. 자신을 향한 혐오,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불안정한 대상을 볼 수 있는 시선, 불안정한 대상을 바라보며 갖는 불안감,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가치관의 타협.
고독과 무기력함에 빠졌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책을 읽을수록, 고독과 무기력함의 감정을 이해할수록, 점점 더 두려워진다.
05.18 목 ( p.77 ~ p.107 )
작중에 어린 시절 밀테는 거울에 비친, 분장을 한 자신을 보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분장이 갑작스레 벗겨진 순간에 거울 속 사람이 “나”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고 두려움을 느껴 기절한다.
“나”의 실존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의 말테는 자신의 실존송을 피상적 단계에 국한했지만, 이는 한 순간에 “나”라는 존재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분장이 사라진 순간부터, 방금까지의 ”나“는 더 이상 실존하지 않는다.
인간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상으로부터 나를 독립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실존성의 정의란 과제로 이어진다. 세상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자신이 실존한다면, 나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세상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존재로서 실존한다면, 각자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실존성에 대한 해석은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려는 순간 끝없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철학은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