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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심리학

기간
2020/09/15 → 2020/10/03
분류
디자인
사회과학
한 줄 요약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
저자 및 출판사
도널드 도먼 / 유엑스 리뷰
평가
⭐️⭐️⭐️⭐️

인간은 사물을 어떻게 인지하는가?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체험적 인지와 반성적 인지이다.
체험적 인지 :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여 주변의 사건들을 자동적으로 지각하고 반응
반성적 인지 : 사물들을 서로 비교하거나, 대조하여 지각하고 반응
인간은 특정 업무를 장시간 반복하면,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동일한 업무를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다. 예를 든다면, 오랜 시간 동안 문서 작업을 한 사람은 문서를 작성할 때마다, 이 문서를 어떻게 처리할지 깊게 고민하지 않고 해결한다. 이와 같이, 주변의 사건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인지 작용을 체험적 인지라고 부른다. 체험적 인지는 깊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불러 옴으로써 주변 사물에 반응한다. 덕분에 인간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서 효율적이다. 동일한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깊은 생각을 요구한다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동일한 업무를 과거의 경험에 기초하여 처리한다면, 시간과 자원을 줄일 수 있다. 흔히, 전문가나 숙련공으로 불리는 사람은 체험적 인지에 능하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동일한 종류의 일을 행함으로써, 이른바 경력과 노하우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 직면한 일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다면, 경력과 노하우를 무의식 중으로 불러와 처리한다.
이와 같은 체험적 인지는 효율성을 안겨다 주지만, 자칫 정형화 된 사고 방식을 낳게 된다. 앞서 말했듯, 체험적 인지는 모두 과거의 경험에 기반해 자동적인 반응을 낳으며, 여기서 '자동적이다.'은 '깊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다.'를 의미한다. 그리고,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인지 영역은 한계에 머무르게 된다.
그렇기에, 도널드 도먼은 반성적 인지에 주목한다. 반성적 인지는 여러 사물과 사건들의 비교 및 대조에 기초한다. 비교와 대조는 사물과 사건,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사물과 사건이 지닌 특성과 요소가 비교와 대조의 대상이기에, 반성적 인지는 사물과 사건을 깊게 파악하는 걸 우선으로 한다. 파악 후, 각 특성과 요소를 비교 및 대조하는 과정에서도 깊은 고찰이 요구된다. 이처럼, 반성적 인지는 여러 단계를 수반하기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반성적 인지는 체험적 인지에 비하여 비효율적이다. 대신, 체험적 인지가 갖지 못한 생각의 깊이를 제공한다. 이처럼, 체험적 인지와 반성적 인지는 각각이 지닌 장점과 단점이 있기에 어떤 인지가 최고의 인지라고 말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인지 방식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적절한 표상은 인간의 인지를 도와준다.

우리가 대상을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은, 대상이 지닌 속성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적 능력은 컴퓨터와 다르게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해석에 한계를 지닌다. 대상이 지닌 모든 속성을 인간의 지적 능력으로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표상에 주목한다.
표상의 목적은 대상이 지닌 속성의 이해에 있다. 만약, 표상물이 대상이 지닌 속성을 적절하게 가지고 있다면, 대상 그 자체에서 우회해, 표상을 통해 대상의 속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표상이 대상의 속성을 적절하게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표상의 목적은 대상의 속성을 이해함에 있다. 즉, 표상이 대상의 속성을 적절하게 담지 못한다면, 표상은 무의미해진다. 그러므로, 표상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대상의 속성을 잘 담아내는지를 언제나 고려해야 한다.
표상과 대상의 속성 사이의 관계는 아래의 예시에서도 볼 수 있다. 도쿄와 베이징의 인구를 비교한다고 해보자.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는 도쿄의 인구가 88,490,468명이고, 베이징의 인구가 12,535,536 명 이라는 정보다. 각각의 숫자는 매우 다르다. 이를 한 눈에 봐도, 둘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비교를 용이하기 위해 그래프라는 표상을 이용한다.별개의 원형 그래프를 이용하여, 원의 넓이로 둘을 비교한다고 해보자. 인간은 원의 반지름의 길이를 기준으로, 도쿄와 베이징의 인구 수를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큰 맹점이 있는데, 원의 넓이는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해당 그래프를 처음 봤을 때, 인간은 반지름의 제곱이 아닌, 반지름의 크기만 인지하게 된다. 즉, '서로 다른 지역의 인구수 비교'라는 목적을 올바르게 실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비교를 위해서 하나의 원형 그래프를 이용하거나, 막대 그래프를 이용해야 한다. 해당 표상에서 '제곱'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길이와 크기만으로 비교가 이루어진다.
나쁜 예시
좋은 예시 1
좋은 예시 2
아래의 그림도 잘못된 표상의 예시이다. 아래의 그래프의 목적은 차량 간 가격의 비교이다. 그러나, y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y축의 시작점은 0이 아닌 $ 42,000에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권장 소매가를 봤을 때, $ 47,000 와 $ 45,800 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 5,000(=47,000 - 42,000), $ 3,800(=45,800 - 42,000)으로 인지를 하게 된다. 전자와 후자의 가격 차이 비율은 각각 3%와 32%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모방은 새로운 것을 익숙하게 만든다.

노트북, 마우스, 연필, 책 등 매우 많은 사물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온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이지만, 정작 인간은 처음 본 것처럼 대하지 않는다. 새로 출시한 앱에서도 마치 익숙하듯, 스와이프로 화면 전환을 하고, 토글 버튼을 눌러서 추가 정보를 본다. 즉, 인간은 '새로운 것'을 '익숙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이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모방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지금까지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해당 경험과 유사하게 작동하게 만든다면, 인간은 이전의 경험에 기반해 새로운 것을 마치 익숙한 것처럼 활용하게 된다. 경험은 인간의 인지 능력에 큰 기여를 하는데, 이미 경험했기에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무의식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있다. 즉, 새로운 것이라 해도 기존의 것을 모방한다면, 행동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음을 뜻하다. 스와이프라는 액션을 화면, 화면이 전환 됨을 경험했기에, 새로운 앱에서도 해당 액션을 취하면, 해당 결과가 일어남을 유추한다.
인간의 사고 방식이 익숙한 것에 기반 된다는 의미로, 이를 "확립된 기반"이라고 부른다. 확립된 기반이 앞서 말했듯,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접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확립된 기반은 자칫 새로운 기술을 거부하는, 일종의 레거시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익숙한 것을 버리는 것은 어렵다. 익숙함은 몸에 배었음을 뜻하며. 익숙함을 버린다는 몸에 밴 습관을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간결성이 때로는, 많은 정보를 포기하게 만든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컴퓨터와 다르게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함에 있어서 한계가 있기에,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간결성에 주목했다. 필요한 데이터를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인지 능력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간결성 덕분에 인간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습득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데이터를 간결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부 정보의 소실이 발생한다. 그리고, 정보의 소실은 자칫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예시로 비행기 조종판을 들 수 있다. 과거에 비행기 조종판은 엄청나게 많은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던 반면, 현재의 비행기 조종판은 조이스틱과 몇 개의 버튼으로 대체됐다. 비행기 조종은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함께 해야지 가능하다. 과거에 비행기 조종을 위해 조종사는 수 많은 버튼을 조작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부조종사는 조종사가 어떤 액션을 취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에 대다수의 버튼이 사라짐에 따라서 조종사는 특별한 액션을 보여주지 않게 되며, 부조종사는 조종사가 어떤 액션을 취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버튼의 간결성이 자칫, 정보의 단절을 초래하게 된 셈이다. 이렇듯, 간결성은 상황에 따라 장점 혹은, 단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 따라서, 간결성을 채택하는 데 있어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혁신적 기술은 새로운 행동 패턴을 만든다.

인간의 인지는 경험에 기반을 둔다. 특정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인간은 과거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보인 행동과 이에 따른 보상을 떠올린다. 여러 행동 사이에서 가장 큰 보상을 줬던 행동을 떠올린 후, 이를 현재에 다시 반복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즉, 현재 직면한 상황과 완전히 동일한 상황이 아니라 할지라도, 특정 부분이 비슷하다면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은 비슷한 사건을 연관시키는 유추에서 비롯된다.
유추의 메카니즘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핵심 주제를 선정한다. 그리고, 선정 주제를 기준으로 과거와 현재의 상황, 각각을 독립적으로 판단한다. 여기서 판단은 "선정한 주제와 당시 상황과 연관되는 요소는 무엇인가?" 에 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상황에 연관된 요소를 찾은 직후, 요소를 서로 비교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의 요소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된다면, 과거와 현재는 어느 정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며, 현재에 과거의 경험을 참고하게 된다. 결국,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기존의 기술 사이에 유사한 요소가 있는지 판단한다.
기술을 칭하는 데 '혁신적 기술'과 '새로운 기술'을 구분한다. 새로운 기술은 기술, 그 자체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을 뿐, 이를 사용하는 데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혁신적 기술은, 이를 사용하는 데 연상할 과거 경험이 아예 없는 기술이다. 연상할 경험이 없으므로, 혁신적 기술은 완전한 새로운 경험의 탄생과 같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행동 패턴이 탄생하게 되고, 이 패턴은 사회 문화 모두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왜냐하면, 이전의 경험으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 사례는 TV와 신문에서 찾을 수 있다. 신문의 경우, 사용자는 종이에 적힌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조절하며 읽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빠르게 혹은, 느리게 읽거나 혹은, 특정 이야기만 골라서 읽을 수 있다. 반면, TV는 사용자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상황과 무관하게, TV에서 송출된 속도와 이야기에 맞춰 듣기만 해야 한다. TV를 볼 때, 사용자가 속도를 조절할 수도 없고 특정 이야기만 들을 수 없다. 이처럼, TV는 신문과 관련된 행동 패턴과 완전히 동떨어진, 새로운 행동 패턴을 만들어 냈으므로, 혁신적 기술이라 말할 수 있다. 단,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혁신적' 이란 단어가 긍정/부정의 가치 판단이 아닌, '행동 패턴을 새롭게 만들어 내느냐?'로 정의 됨을 잊으면 안 된다.

인간의 언어는 해석과 공유에 기반한다.

인간의 언어와 컴퓨터 언어의 가장 큰 차이는 문맥(context)이다. 문맥은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시공간, 전체에 얽매인 배경을 뜻한다. 의사소통에서 쓰이는 언어는 배경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의미를 더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며, 이 과정에서 독립적 해석의 공유가 반복된다.
인간은 컴퓨터와 다르게, 자신이나 상대방의 환경, 함께 했던 경험 등과 같이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문맥을 고려하여 언어의 의미를 이해한다. 즉, 언어를 둘러싼 문맥을 복합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언어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한다. 이 때, 해석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의사소통의 주체는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은 '나'라는 주체와 '상대방'이란 주체, 최소 2명 이상의 주체를 전제로 한다. 각 주체는 언어와 문맥 사이이 관계를 독립적으로 해석하며, 해석의 방식도 서로 상이하다. 문맥의 다양한 요소 중에서 어떤 요소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는지에 따라서 해석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령, '나'는 자신이 '상대방'과 함께 했던 경험을, '상대방'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핵심 요소로 볼 경우에 서로의 해석에 차이가 생긴다. 이 때, 각자가 독립적으로 도출한 해석의 결과가 동일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에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각 주체는 서로의 해석을 끊임없이 공유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해석은 변화한다. 공유의 과정은 단순히 구두 뿐만이 아닌, 몸짓, 표정, 억양 등의 복합적인 채널을 통해 이루어 진다. 마치, 말한 직후, 상대방이 인상을 찡그리면, 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함을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주체는 동일한 문맥에서 의사소통을 진행하게 된다.

기술은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기술은 어떤 활동을 쉽게, 어떤 활동은 어렵게 만드는 속성, 즉 행동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바꿔서 말하면, 행동 유도성이 높은 것은 하게 되고, 낮은 것은 무시하게 된다. 행동 유도성은 반복적 경험으로 이어지며, 이는 인지의 기반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기술은 프레임을 취하게끔 만든다.
또한, 기술은 개인이 아닌 집단이 향유하는 문화와도 같은데, 과거와 다르게 현사회에서는 기술의 독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꿔서 말하면, 기술이 성공하여 널리 사용될수록, 개개인의 사고 방식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의 영향으로 끼칠 수 있다. 즉, 기술은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