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기간
2021/08/24 → 2021/08/30
분류
문학
한 줄 요약
주체적 의식 없이 갖는 목적은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든다.
저자 및 출판사
사뮈엘 베케트 / 민음사
평가
⭐️⭐️⭐️
북극성, 마일스톤 등의 표현은 목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단어다. 목적의 본질은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개인은 목적을 설정하고, 이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생각과 행동을 끊임없이 같은 결로 반복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은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앞선 본질적 역할을 행하지 못하며, 반드시 주체적 의식이 전제되야 한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주체적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목적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보여준다.
주체적 의식 없이 추구하는 목적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과 같다. 주체적 의식이 없는 사람은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이로 인해, 현재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 사이의 관계는 상실되고, 어느 순간부터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된다. <고도를 기다리며> 등장하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주체적 의식이 상실된 사람들이다. 작중의 1막과 2막은 연속된 이튿날을 보여준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오늘(1막)에서 그들의 말과 행동이 다음 날(2막)에서도 계속 반복 됨을 알 수 있다. 또한, 두 인물은 자신이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이들은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자신을 모르며, 결과적으로 목적지와 현재 위치 사이의 관계를 상실했다. 따라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게 아니라, 목적과 완전히 관계 없는 무엇인가를 하게 된다. 그들은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라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이와 무관한 말과 행동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원래라면 목적에 도달하도록 돕는 생각과 행동이 일종의 기계적 습관으로 전락한 셈이다.
포조, 로키, 고도의 소식을 알려주는 소년, 모두 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과 다를 바 없는, 비주체적 인간이다. 작중에 나온 모든 인물들이 1막과 2막에서 비슷한 말과 행동을 한다. 모든 인물이 그러하듯, 나도 사실 주체적 의식 없이 목적을 추구하고, 내 말과 행동이 목적 달성과 관계 없는 습관인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