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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1

기간
2021/06/21 → 2021/06/28
분류
문학
한 줄 요약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외적인 것에 굴복한다.
저자 및 출판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펭귄 클래식 코리아
평가
⭐️

이해할수록,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함

한계에 직면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가장 잘 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어떠한 일을 해도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해서 절망하고 있을 때, 사이비 종교의 교리가 명쾌한 답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은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을 때, 답의 근원지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는다. 오랜 시간 내부에서 답을 찾았음에도 어떠한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면, 남은 선택지는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것 밖에 없다.
파우스트는 철학, 법학, 의학 그리고 신학까지 공부했지만, 지식을 쌓아갈수록 오히려 지식의 한계를 느꼈다. 그가 통달한 4개의 학문은 '인간'이란 존재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학문이다. 철학과 의학이 개인의 내부 세계를 규정하고, 법학과 신학은 외부 세계를 규정한다. 철학과 의학은 인간 개개인의 정신적, 물리적 속성을 대변하고, 법학과 신학은 인간 외부의 물리 세계와 정신 세계를 대변한다. 파우스트가 절망에 빠진 이유는, 인간을 이해할수록 인간을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메피스토펠레스의 제안은 파우스트에게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쾌락 자체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쓰다

파우스트는 지금까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것의 해답을 쾌락에서 찾기 시작한다. 즉, 그는 쾌락을 즐기기 위한 게 아니라, 쾌락이란 수단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메피스토펠레스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제껏 학문이란 수단을 통한 노력이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기에, 쾌락이란 수단에 주목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이 알고자 한 본질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으며, 이는 이성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이었다.
동시에 이 계약을 맺은 시점이 신과 메피스토펠레스의 내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둘은 파우스트가 계속 인간이란 존재를 알기 위해 투쟁할지 아니면, 다 포기하고 쾌락에 빠질지를 걸고 내기를 시작했다. 전자는 이성과 주체성, 후자는 본능과 쾌락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파우스트에게 쾌락은 양날의 검과 같다. 쾌락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춰졌지만, 동시에 그의 이성과 주체성을 집어 삼킬 수도 있다.